어찌어찌 하여 일을 해결하고도 화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다.
11월 말경, 48만 원이 넘는 금액이 적힌 보험료 청구서를 받았다.
사유인 즉슨, 직장 다니는 동생 밑으로 부모님을 비롯해서 네 식구가 들어가 있다가 동생이 직장을 옮기는 사이, 나는 수입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어 혼자 지역의료보험으로 빠져 나오게 된 것.
다른 때는 '자격 상실', '자격 획득'을 척척 잘 챙겨서 보험료 고지서도 날리고, 의료보험증도 날리더니만, 이번에는 우리 가족이 제때 신고를 하지 않아 8, 9, 10월 3개월 의료보험료가 미납이라는 것이다.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
공인인증서로 국민건강보험공단 사이트에 접속하니 8월 1일부터 9월 1일까지는 직장의료보험에 속해 있었던 바, 이미 8월분은 납부가 되어 있던 것.
그런데 어찌하여 3개월분을 납부하라는 건지 해명을 요구하며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그래, 일이라는 게 많다보니 바쁠 수 있겠다만 어이없는 청구서를 들고 있는 나도 속이 탔다... 여러 차례 전화 시도를 하여 간신히 통화가 됐다.
고객센터 직원들은 그 금액을 산정하는 조사원에게 연결해주겠다고만 하고 숨만 쉴 뿐 고객이 어떤 점에서 불만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였다.
또 간신히 통화가 된 조사원, 무척 바쁜지 전화번호를 알려주면 알아보고 전화를 주겠다고 했다.
하루, 이틀, 사흘이 되도 전화는커녕 문자도 오지 않았다.
역시 급한 놈이 우물을 파야지 싶어 분한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전화를 걸었다.
그것도 한참 시도를 해서 간신히...
여차저차 최대한 담담한 목소리로 통화를 했다.
그 조사원 왈..
정산을 다시 하느라 그동안 전화를 못했다나..
정산을 해보니 48만 얼마가 아니라 28만 얼마라며 다시 정산해주겠다고 했다. 여하튼 우리 같은 서민에게 반드시 필요한 의료보험인 만큼 12월 10일 넘겨서 가산금 내지 않게 고지서를 서둘러 보내달라고 요청까지 했다.
조사원은 웃으며 그러겠노라고 꼭 그렇게 하겠노라고 대답을 했다.
오늘 12월 10일...
부모님 주소로 되어 있는 터라 동생네에게 전화를 걸어 우편물 온 게 없느냐고 확인했는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내 앞으로 고지서가 발송되지 않은 것이다.
1차 고객센터 여직원과 통화...
가상 계좌번호를 알려주겠단다. 앞서 고지서 발송을 부탁했음에도 불구하고 보내지 않은 것에 대해 사과 한 마디 하지 않았다.
가상 계좌번호라.. 내가 거래하지 않는 농협, 국민, 그외 기억나지 않는 한 곳..
나는 이렇게 내가 어렵게 통화해서 금액도 바로 잡고 고지서 요청도 일찌감치 했건만 일을 제대로 처리 안 해주는 데도 불구하고 수수료까지 내면서 의료보험을 낼 수 없다고 했다.
그러자 지로번호를 불러주었다.
왠지 길다.. 이게 지로 번호냐 물었더니.. 납부자 번호란다. 지로번호와 납부자 번호는 같다고 했다.
내 알기로.. 납부자 번호와 지로 번호는 다른데 싶어 두세 번 확인했다. 같단다.. 아닌데.. 도시가스비 낼 때도 납부자 번호와 지로번호는 다른데 ...
그래도 같단다..
전화를 끊고 거래은행 인터넷뱅킹으로 들어갔다.
역시나...
지로번호에 납부자번호가 들어갈리가 없지.
입력하고 또 해도 숫자 서너 개가 지워지고 입력이 되지 않았다.
다시 공과금 센터를 살펴보니. 다른 건강보험 납부 코너가 있었다.
클릭.. 이번엔 납부자번호만 입력할 수 있는 화면이 떴다.
입력..
오류..
'해당기관 사정으로 납부할 수가 없습니다.'
두 번째 상담원과 통화..
이번 상담원은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죄송하다는 소리가 연신 쏟아졌다. 그나마 사과라도 하니 다행이다 싶었다.
이번에는 계좌번호와 지로번호는 다르단다.
전화통을 붙잡고
입력...
오류...
'해당기관분류코드 오류..'
상담원 왈.. 자기네는 알 수 없으니 지사쪽으로 연결시켜주겠단다.
과연 10시가 넘은 시간에.. 연결이 될까?
전화번호 알려주고.. 자기 입으로 전화주겠다고 해놓고도 전화 안 한 사람이 전화를 해줄까?
화가 치밀어..주절주절 투덜거리며 불만을 늘어놓았다.
이렇게 일을 처리하시면 곤란하죠.
처음엔 말도 안되는 금액으로 사람 기함하게 해놓고, 이제 돈을 내겠다니.. 가상 계좌번호로 수수료를 부담하라더니.. 인터넷으로 다 해결할 수 있는데 지로번호로 납부도 안 되고..납부자 번호를 지로번호라고 우기더니 이제 어쩌란 겁니까? 그리고 내가 전화를 한들 받겠냐고요? 바쁘다는 기계음 멘트만 나오고 통화하려면 얼마나 힘든지 아시죠? 저쪽에서 전화를 하게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요?
이 직원 .. 납부 마감일이라 바빠서 그렇다며 죄송하다는 말만 늘어놓았다.
그래, 어쩌겠니.. 너희는 상담원일뿐..
그래요.. 담당 직원 연결해주세요.
직원은 연결해주겠다며 혹시 모르니 담당자 직통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역시나.. 통화가 될리가.. 다시 상담원과 통화..
또 죄송하다며.. 잠시후에 걸어보라고 했다..
10분.. 20분.. 전화가 걸려올 턱이 없지..
역시나 부정적인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건강보험관리공단..
담당자 전화번호는.. 통화중..
그 옆자리 됨직한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50대는 됨직한 아주머니의 목소리...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주절주절 또 자초지종을 늘어놓았다.
이 아주머니 가상 계좌번호를 알려주신단다.
나는 또 내가 왜 수수료까지 물어가며.. 내야 하느냐..
난 일찌감치 잘못 고지된 금액 확인해서 가산금 물지 않게 제대로 고지서 보내달라고까지 했는데.. 그럴 이유가 없다고 했다.
아주머니.. 조금은 귀찮은듯.. 그래도 할 수 없지 않느냐며 미안하지만 가상계좌번호로 내달란다..
간신히 누르고 있는 화를 일으키는 뻔한 대답.. 성의없는 대답..
사실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돈을 내겠다는 데도 고지서를 보내지 않은 것은.. 건강보험관리공단에서 일은
'안 한 게' 아니냐고 했다.
아주머니.. 그래도 무슨 말씀을 그리하냔다..
그래,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기분 나쁘겠지.
그래, 이해한다.
그 말 뱉어놓고 심하다는 생각했다.
하지만... 나도 기분 나쁘다...
어이가 없고, 심지어 내가 이 땅에서 사는 것조차 맘에 안들 정도다.
여하튼..가산금 내지 않기 위해 오늘 이렇게 정신 사납게.. 전화를 하고 요구를 하는 상황인데 수수료까지 물면서 내야 하는지 난 그 이유를 알 수 없다고 강하게 이야기하자
그 아주머니 자기는 직장의료보험담당이니 담당자한테 돌려준단다.
우리나라 공무원들.. 너무 잘돌린다.
고객은, 국민은 지친다.. 아주...심히..무척...
전화 수화기 속으로 옆자리에 앉은 듯한 담당자와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어쩌구 저쩌구.. 가상계좌로는 못내겠대....
간신히 담당자와 연결..
내 납부자 번호를 조회해보더니.. 이제야 상황파악이 됐나보다.
그래 일을 안 한거다..
좀 더 좋게 말하자면... 바빠서 내 고지서를 뻬놓고 출력을 못했다. 그래서 우편 발송은 생각지도 못한 거겠지..
침착한 담당자... 내가 어찌 나올지 예상이라도 한듯.
납부 기일을 한 달 미룰 테니 그때 내주세요.
지금 고지서를 출력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 안으로 받으실 수 있을 거예요.
1월 10일 안으로 납부해주세요.
내가 왜 이렇게 고생을 해가며 의료보험을 납부해야 하는 걸까?
누가 아는 사람 있으면.. 말 좀 해주삼..
바쁜가보지.. 우리나라 공무원들 다 그렇지 뭐.. 이런 뻔한 이유말고..